본인이 게으른 관계로 매년 봄 샌디에고 집 뒷마당에는 갖가지 잡초들이 무성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성해진 잡초를 보면서 감회(?)가 새로와 짐을 느끼네요. 😅
무성한 만큼 갖가지 종류를 자랑하는 잡초들 중에서 항상 본인의 가장 큰 원망을 사던 잡초가 있습니다. 바로 엉겅퀴입니다. 이 녀석은 자라기도 잘 자라거니와 여기 저기 잘 퍼지고 강력한 가시로 본인에게 많은 아픔을 선사하며 뽑기도 힘들었던 기억에 원수처럼 미워하던 녀석입니다. 😡
사실 녀석의 정체가 엉겅퀴라는 것도 그리 관심이 없었고 그저 '까시 까시'란 명칭으로 등안시하던 녀석이었던 만큼, 며칠 전 박선영님께서 녀석이 바로 엉겅퀴이며 몸에 좋으니 엉겅퀴 나물, 엉겅퀴 된장국, 엉겅퀴 차 등을 해먹자는 제안에 "으응?" 하고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바로 웹검색을 해보니 엉겅퀴는 대단히 몸에 좋은 식물이며 잎부터 꽃, 줄기, 뿌리 까지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천혜의 약초로 보입니다. 좀 더 살펴보니 엉겅퀴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한글 검색이다 보니 한국에서 나는 엉겅퀴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바로 드는 생각이 그럼 우리 뒷마당 엉겅퀴는 어떤 엉겅퀴이지? 먹을 수 있나? 그리고 한국 엉겅퀴 같이 건강에 이로울까? 하는 것이었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서 나눠보고 싶어졌습니다. 😊
과연 뒷마당 '까시 까시'는 박선영님의 제보와 같이 먹을 수 있는, 몸에 좋은 엉겅퀴일까요? 웹에서 엉겅퀴를 급하게 찾아봅니다.
엉겅퀴도 종류가 많군요. 전 세계적으로는 200종 이상의 종이 추정되며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및 북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국가식물표본 [1] 을 살펴보니 2024년 2월 10일 현재 총 21종의 엉겅퀴가 등록되어 있고 그 중 15종이 국산 자생종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표에 21종의 엉겅퀴 종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종명 | 식물분류 | 과명 | 학명 | 외래식물구분 |
|---|---|---|---|---|
| 가시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var. spinossimum Kitam. | |
| 개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 |
| 고려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setidens (Dunn) Nakai | |
| 도깨비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schantarense Trautv. & C.A.Mey. | |
| 동래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toraiense Nakai ex Kitam. | |
| 물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nipponicum (Maxim.) Makino | |
| 바늘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rhinoceros (H.Lév. & Vaniot) Nakai | |
| 버들잎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lineare (Thunb.) Sch.Bip. | |
| 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var. maackii (Maxim.) Matsum. | |
| 점봉산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zenii Nakai | |
| 정영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chanroenicum (Nakai) Nakai | |
| 좁은잎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f. nakaianum (H.Lév. & Vaniot) W.T.Lee | |
| 큰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pendulum Fisch. ex DC. | |
| 흰잎고려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setidens (Dunn) Nakai var. niveo-araneum Kitam. | |
| 흰잎엉겅퀴 | 자생식물 | 국화과 | Cirsium vlassovianum Fisch. ex DC. | |
| 흰무늬엉겅퀴 | 재배식물 | 국화과 | Silybum marianum (L.) Gaertn. | |
| 사향엉겅퀴 | 외래식물 | 국화과 | Carduus nutans L. | 귀화식물 |
| 서양가시엉겅퀴 | 외래식물 | 국화과 | Cirsium vulgare (Savi) Ten. | 귀화식물 |
| 송곳잎엉겅퀴 | 외래식물 | 국화과 | Carthamus lanatus L. | 불확실종 |
| 지느러미엉겅퀴 | 외래식물 | 국화과 | Carduus crispus L. | 귀화식물 |
| 카나다엉겅퀴 | 외래식물 | 국화과 | Cirsium arvense (L.) Scop. | 임시정착식물 |
대충 어떻게 생긴 녀석들인지 2018년 전남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2] 에 제시된 국내 자생 엉겅퀴 6종의 사진을 아래에 가져와 봤습니다.

사진에서 재래엉겅퀴와 큰잎엉겅퀴는 각각 국가식물표본의 엉겅퀴와 큰엉겅퀴에 해당합니다. 이중 지느러미 엉겅퀴는 2018년 연구에서는 자생식물로 분류하였지만 현재 국가식물표본에서는 외래식물로 분류되어 있으니 참고하셔야 하겠습니다.
자, 그럼 우리의 '까시 까시'도 살펴본 목록 중 하나일까요? 박선영님이 '서양가시엉겅퀴 효능과 부작용, 주의사항' [3] 이란 제목의 블로그를 제보해 주십니다. 서양가시엉겅퀴는 국가식물표본에도 등록되어 있군요. 내용과 사진을 훑어보니 이 녀석이야 말로 집 뒷마당 '까시 까시'인 것 같습니다.
서양가시엉겅퀴의 학명은 Cirsium vulgare 인데, 미국에서는 흔히 불 씨슬 - Bull Thistle, 혹은 스피어 씨슬 - Sphear Thistle 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서양가시엉겅퀴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지가 많고 직립하는 2년생 식물로, 키는 60 ~ 180 cm 정도입니다.
1년차에는 로젯(잎이 벌어져 있는 모습)을 형성하고, 2년차에는 개화 줄기를 형성합니다.

잎 중앙의 가장자리와 갈퀴 털의 끝에는 긴 예리한 가시가 있습니다.
잎은 심하게 갈라지고 털이 많이 납니다. 잎 윗면에는 거친 털이 있어 만져보면 거칠게 느껴지며, 아랫면에는 울퉁불퉁한 털이 있습니다.

잎 기저부는 줄기 아래로 내려가서 줄기를 따라 가시날개를 형성합니다.

각 줄기 꼭대기에 분홍-자홍색의 꽃봉우리가 있습니다.
꽃봉우리는 "검붉은 사탕" 모양이며, 꽃봉우리 기저부에는 가시가 둘러싸여 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개화합니다.

당장 집 뒤로 나가서 까시 까시를 살펴 봅니다. 아직 자라지 않아 꽃이나 큰 줄기를 볼 순 없지만 잎을 비교하니 맞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웹에서 찾은 사진과 흡사한 로젯들을 발견했습니다. 서양가시엉겅퀴가 거의 확실한 것 같군요. 까시 까시는 바로 서양가시엉겅퀴였습니다.
이제 정체를 파악했으니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알아봐야 겠군요. 다행히도 엉겅퀴 종의 대부분은 먹을 수 있다고 하고, 서양가시엉겅퀴는 여러 웹페이지에서 식용으로 나와 있습니다. 특히, 2018년 4월에 개정된 North Dakota State University의 "The Thistles of North Dakota" [4] 에 식용 식물로 언급되어 있군요. 서양가시엉겅퀴는 뿌리부터 꽃까지 식물의 거의 전부를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좋군요. 👍
먹을 수 있는 것은 확인하였고, 과연 그 효능이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정보를 모아보니 그 효능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하나 하나 살펴볼까요?
간 보호
서양가시엉겅퀴는 간을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여겨지며, 간 건강을 지원하고 해독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항염증 (anti-inflammatory) 효과
일부 연구에 따르면 서양가시엉겅퀴는 항염증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신체의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항산화 (antioxidant), 항균 (antibacterial), 항진균 (antifungal) 효과
서양가시엉겅퀴에는 페놀산 (phenolic acid) [5], 플라보노이드 (flavonoid) 및 테르페노이드 (terpenoid) 등이 함유되어 있어 높은 항산화, 항균 및 항진균 효과가 기대됩니다 [6]. 한 연구에 따르면, 서양가시엉겅퀴의 꽃과 잎의 추출물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나 기타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감염을 일으키는 녹농균(綠膿菌, Pseudomonas aeruginosa, P. aeruginosa)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대해서 상당한 항균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7]. 또한, 서양가시엉겅퀴의 항산화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8], [9].
소화기 건강
서양가시엉겅퀴의 뿌리는 소화기 건강을 지원하는 이눌린이라는 종류의 섬유가 풍부합니다. 이는 장 내 유익한 세균의 성장을 촉진하여 소화기 건강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피부 건강
서양가시엉겅퀴는 피부 자극을 진정시키고 치유를 촉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피부에 유익한 항염증 및 항균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뇨제
서양가시엉겅퀴에는 이뇨 효과가 있어 소변 생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장 기능을 지원하고 수분 저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용도
전통 의학에서는 서양가시엉겅퀴를 소화불량, 황달 및 치질의 치료에 사용해온 바 있습니다.
참으로 좋군요. 맛있기를 바라며 복용을 시도합니다.
일단 아직 잎이 부드러울 어린 엉겅퀴들을 뿌리까지 통채로 채취합니다. 흙이 많이 묻어 있네요. 열심히 닦습니다. 맨손으로 하면 많이 아플 수 있습니다. 😢
깨끗이 씻은 엉겅퀴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봅니다. 한 뜸 끓였는데도 잎이 까끌까끌 하니 목넘김이 따갑습니다. 😣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식감만 남는군요. 😑
우동을 끓이는 데에도 넣어 봅니다. 된장찌개의 따가운 경험으로 잎에 난 가시들을 가위로 먼저 제거했습니다. 역시나 맛은 거의 무미(無味)이군요. 거슬리는 식감은 많이 줄었습니다만 손질하기가 귀찮네요.
밥을 지을 때 함께 넣어 봅니다. 둥글레밥이나 고사리밥 수준을 기대해 봤습니다만 역시나 맛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요. 😞 그래도 잎보다는 뿌리가 더 먹는 맛이 있네요. 뿌리만 먹는다면 잎 손질도 하지 않아도 되니 앞으로는 뿌리만 채취해서 밥을 지을 때 넣을 생각입니다. 뿌리는 엉겅퀴들이 더 커야 좋을 것 같네요.
뜬금없는 뒷마당 산책을 나가 봅니다. 이번 우기에는 평균보다 더 많은 강우량을 기록한 탓인지, 어느새 곳곳에 꽃까지 피우며 쑥쑥 자라고 있는 엉겅퀴들을 눈에 담아 봅니다. 조심 조심 엉겅퀴 숲을 헤쳐 지나가면서 차후 튼실한 뿌리를 재배할 생각으로 옷을 뚫고 찔러오는 가시들의 아픔을 참아 봅니다. 😭
| [1] | 국가표준식물목록, 국립 수목원, 2024년 2월 10일 자료 |
| [2] | 남승희, 이방희, 김연지, “국내 자생 엉겅퀴 6품종의 실리마린 함량 및 간 보호 효과” 농업생명과학연구동향, 제56집 2018 |
| [3] | 서양가시엉겅퀴 효능과 부작용, 주의사항, 네이버 블로그, 체질박사, 2020년 2월 14일 |
| [4] | Rodney G. Lym, Katheryn M. Christianson, The Thistles of North Dakota, North Dakota State University Revised April 2018 |
| [6] | Aydın Kurç M, Orak HH, Gülen D, Caliskan H, Argon M, Sabudak T., "Antimicrobial and Antioxidant Efficacy of the Lipophilic Extract of Cirsium vulgare". Molecules. 2023 Oct 19;28(20):7177. doi: 10.3390/molecules28207177. PMID: 37894654; PMCID: PMC10609082. |
| [7] | Aggarwal G, Kaur G, Bhardwaj G, Mutreja V, Sohal HS, Nayik GA, Bhardwaj A, Sharma A., "Traditional Uses, Phytochemical Composition, Pharmacological Properties, and the Biodiscovery Potential of the Genus Cirsium", Chemistry, 2022; 4(4):1161-1192. https://doi.org/10.3390/chemistry4040079 |
| [8] | Nazaruk, J., "Antioxidant activity and total phenolic content in Cirsium five species from north–east region of Poland", Fitoterapia 2008, 79, 194–196. |
| [9] | Lee, S.H.; Heo, S.-I.; Li, L.; Lee, M.J.; Wang, M.-H., "Antioxidant and Hepatoprotective Activities of Cirsium setidens NAKAI against CCl4-Induced Liver Damage", Am. J. Chin. Med. 2008, 36, 107–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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